<아주 솔! 직! 한 앱잼 회고>
2020.06.27
팀빌딩,
예상과는 다르게 불안하게 흘러가던 한 주를 보내고 팀빌딩 날이 되었다. 내 마음속에는 3순위까지의 팀만 있을 뿐, 11위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전 기수까지는 안드로이드 파트나 IOS 파트가 먼저 팀빌딩이 된 후 서버 파트의 선택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팀빌딩은 순서가 바뀌었고, 첫 번째가 서버 파트였다. 그중에서도 감사하게도(?) 예상치 못한 A 그룹에 뽑혀 개발자들 중 첫 그룹으로 팀빌딩을 하러 갔다.
대기장소에 있다가 팀빌딩 장소로 갔을 때, 문을 열자마자 이미 팀빌딩이 되어있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분들이 첫 팀빌딩을 하러 온 개발자들이라고 엄청난 박수를 쳐주었고, 환호 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환영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냥 불안했다. 내가 원하는 팀은 이미 경쟁률이 셌고, 팀빌딩 직전에 알았던 사실은 이미 다들 미리 개인적으로 어필을 상당히 많이 했던 것이다.
사전팀빌딩이 금지라고 알고 있었던 나는 개인적인 연락조차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개인적인 어필은 가능했었던 것이다. 다들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를 이미 팀에 제출해놓고 연락이 미리 해놓았었다. 그때까진 정말 이 상황이 뭔가 싶었다. 그분들은 본인을 어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지만, 그러한 방식을 뒤늦게 안 나는 그분들이 살짝 미워지기도 했고, 내가 한심해지기도 했다. 나는 팀빌딩에만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수 있는 줄 알고, 한숨도 자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갔다. 내가 그만큼 욕심이 없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자 팀빌딩 당일날 용 포트폴리오를 펼쳤고, 가장 가고 싶어 했던 팀의 기능을 미리 구현해 본 것을 보여주었다. 어필을 하면서도 대충 분위기를 예상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뽑을 사람이 있어 우리 팀에 지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불안함이 현실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기분이 상당히 나쁘고 잔인했다. 2순위의 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가지 않은, 1순위에만 몰두한 나 자신이 한심해졌고, 반성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 1순위의 팀에 발표를 하고 나니 남은 어필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나는 생각지도 못한? 11순위의 팀에 가게 되었다.
사실 이 팀에 가기 전, 한번 더 기회가 있었는데 나랑 친한 사람들이 이미 이 팀을 제외한 다른 팀에 지원을 먼저 했다. 또다시 경쟁을 하면 내가 상처를 받을 것 같았고, 솔직히 한번 상처 받고 나니 다시 도전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쉽게 결정 못하는 나를 본 친구는 내가 어떤 주제를 좋아하는지 알고 양보하지 말고 다시 도전하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의 경쟁이라면 다시 도전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랑 유독 친한 두 명이었다. 어차피 남은 팀과 남은 인원의 수가 일치했는데 굳이 다시 경쟁 모드로 만들어 한 팀과 한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줘야 하나 싶어서 이 팀에 지원했다.
왜 11순위였냐면, 단지 주제였다. 난 고양이를 정말 무서워하고 좋아하지 않는다. 이 팀의 주제는 '고양이'와 '고양이 사료'였다. 내가 흥미를 못 붙일 것 같아 생각하지 않은 팀이었다.
또 내가 한심해졌다. 그래도 다 생각해보고 다른 팀 포트폴리오도 어느 정도 준비해 갈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팀에 들어가자마자 팀원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해졌다. 내가 아무것도 준비해 가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을 것이고, 첫 개발자를 1라운드 팀빌딩에 실패한 남은 인원으로 받아들인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다. 내가 여기 있는 한, 내가 속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이제 두 명의 서버 파트원을 더 뽑을 수 있는데 PM이 남아서 같이 뽑아달라고 했고, 2번의 그룹을 더 거쳐 서버 파트가 완성되었다. 팀 구성의 느낌이 좋았다. 아주 솔직하게,, !
이후 안드로이드 파트와 IOS 파트가 모두 뽑혔고, 모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팀빌딩 당시 아는 팀원은 디자이너 2명과 서버 파트원 1명이었다. 총 16명이라는 대가족으로 구성된 'OUNCE'가 탄생되었다.
PM 1명, TI 2명, 안드로이드 3명, IOS 4명, 서버 3명, 디자이너 3명으로 구성되었다. 앱잼 내 가장 많은 인원을 포함하고 있었다. 함께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어 보기도 했고, 1주 차 시작부터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하며 팀빌딩 날이 마무리되었다.
2020.06.29 ~
앱잼 1주 차,
첫 공식 모임은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있는 서울스마트시티센터에서 시작했다. (무료 오피스라는 점~!~!! 우리 기획이들 최고,,!)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무료 오피스들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공유 오피스들은 하루에 인당 5~6만 원의 비용이 들었기에 정말 감사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및 기획 소개, 파트별 회의, 코어 밸류 등을 정했다. 우리의 서버는 DB를 설계하면서 스타트를 끊었다. 사실 엄청난 부담이었다. 앱잼 경험이 없는 내가 감히 리드 개발자가 돼도 될까, 내가 감히 우리 서버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라는 속앓이를 굉장히 많이 했다. 티가 나지 않았겠지만 회의가 끝나고 집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과 통화할 때, 혼자 생각할 때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팀원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경험 있는 리드 개발자와 협업을 한다면 더 좋은 기회였을텐데,, 혹시나 내가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았다. 일단,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1주 차는 DB 설계하고 구축 한 뒤, 역할분담을 하였고 조금씩 코딩을 시작했다.
2020.07.05 ~
앱잼 2주 차,
2주 차부터 홍대에서 합숙이 시작되었다. 충분히 '코로나 19 시기에 합숙이 웬 말이냐'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카페를 옮겨 다니며 모임을 가지는 것보다는, 그리고 리모트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남은 2주를 효율적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에 합숙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주 차 때 숙소에 거의 있지 못했다. 합숙 첫날에만 합류하고 다음날부터는 다시 집으로 가야 했다. 개인 사정으로 출퇴근하듯이 집에서 자고 주중에 다른 일이 있고 점심-밤까지만 숙소에 머물러 코딩을 했다. 또 죄책감에 다른 일이 끝나고 집에 와서 팀원들이 질문이 있으면 답장을 꼬박꼬박 해주려 노력했고, 코드를 고쳐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나가고 주말부터 합숙에 합류했다. (내 마니또에게 미아내ㅠ_ㅠ 숙소에서 마주치는 시간대가 달라 많이 못 챙겨 준거 같아ㅠㅠㅠ) 합숙하자마자 방에 들어가 침대에서 필터링 기능을 완성시켰다. 시행착오가 많은 쿼리를 거친 다음 끝내 새벽 4시에 해냈다. 사실 그 새벽에 잠깐잠깐 졸기도 했다. ㅎㅎ.. 근데 한번 시작한 건 완성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다 완성하기 전에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ㅠ.. 성공시키고 나서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여서 쿼리문이 완벽한지 긴가민가 한 상황이었다. 내 상담지기 TI가 반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고, 반례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잠들 수 있었다. (아직 잊히지 않는다. 아주아주 귀여운 아요와 디자이너들이 총총 찾아와서 같이 기뻐해 줬던 야행성방>____<)
2020.07.12 ~
앱잼 3주 차,
사실 3주 차는 서버가 조금 여유로워지는 나날이었다. 3주 차 시작하는 일요일에 큰 틀을 완성시킨 우리는 추천 알고리즘을 끝으로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사실 너무 기뻐서 코드 짜고 깃에 업로드시키자마자 서버 끝났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ㅎ.. 아 물론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큰 틀.. ^^... 마음의 짐이 덜어진 것 같아 그 당시 정말 행복했다. 특히 PM, TI들이 너무너무 기뻐해 줬다. 우리를 보며 본인들이 더 뿌듯하다고 했다..! 개발적인 측면에서 스타트를 끊는 서버가 한시름을 덜었기 때문일까 (아주 그냥 다들 착해 >____<) 다 같이 탈주해서 리프레시를 가졌다 ㅎㅎㅎ 그리고 남은 앱잼 데모데이까지 다시 온스는 달렸다. 정말 많이 고생한 우리 디자이너들도 뷰를 끝내고 굿즈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너무너무 귀여운 스티커와 깔끔한 티셔츠, 남다른 우리 온스의 영상까지 만들었다! (금손들,,, 부럽다,, 개인적인 TMI지만 내 그림실력을 보고 엄마가 미대 꿈도 안 꾼 게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ㅎ..)
안드와 아요들도 뷰를 끝내고 서버 통신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서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버 통신을 하면서 우리가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 한 실수들을 고쳤고, 추가적으로 간단한 기능을 더 넣기도 했다. (예를 들어, 본인 계정 5개 이상 만들지 못하게 막거나, 캣푸드 당 리뷰를 하나로 막는 기능) 클라이언트와 정식으로 (?) 협업을 시작하면서 아요와 안드가 받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법이 다른걸 알았고 회의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도 다들 분위기가 심각해지려고 하면 양보를 해주었다. 다들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려 앱잼 데모데이 당일날 출발 전까지 코딩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2020.07.18
앱잼 데모데이,
데모데이. 24 시간 넘게 풀로 밤새고 가느라 눈을 뜨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피곤했다. 여유롭게 도착해서 다른 팀에 친한 친구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슬슬 시작할 때쯤, 순서는 11팀 중에 발표가 1번이었다. 앱잼 축사와 대단한 멘토님의 인사를 하고 난 후, 바로 우리 온스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우리 갓 PM은 YB임에도, 첫 앱잼에도, 첫 순서에도 많이 떨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정말 아주 정말 차분하게 발표를 잘해주었다. 발표가 끝난 후, 멘토님들의 질문 및 코멘트 시간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서버 기능에 질문이 좀 들어왔고, 대답을 잘 못한 것 같아 미련이 남았다. 멘토님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질문 시간도 정해져 있어 혹시나 나 때문에 우리 팀이 피해볼까 봐 선뜻 묻지 못했다. 나중에 디벨롭할 때 따로 연락드려야지..! 우리 팀 순서가 완전히 끝난 후, 후련했다. 그냥 3주가 훅 지나간 느낌이다. 1부의 팀들의 발표를 듣고 대기실로 향했다. (다른 팀들도 정말 잘해주었다. 멋져 다들..) 대기실로 가려면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도착한 후, 간단히 피자를 먹고 마지막쯤 원래 발표 장소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까진 생각을 전혀 못했다. 1. 내가 뭘 잘못했나(ㅋㅋㅋㅋㅋㅋㅋ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ㅎㅎ.. ) 2. 저번 기수에는 리드 개발자들을 모아 질문 타임을 가졌다던데 그거인가? 3. 짐꾼인가?(장난이다 ㅎ..) 그렇게 일단 수상하러는 PM과 짐을 챙기러 가는 아요를 따라 같이 발표 장소로 다시 향했다. 우리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안드로이드 파트 MVP도 수상했다. 뿌듯해 멋져 우리 온스 ㅎㅎㅎ!
그리고 위에서 내가 밑줄까지 친 생각을 전혀 못했던 부분. 내가 서버 MVP를 받았다. 사실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1초 동안은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단 기뻤다. 정말 촐싹대며 뛰쳐나갔는데 내가 받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서 서버를 쓱싹쓱싹 잘 해내야지..! 덕분인지 데모데이가 끝나고 자신감이라는게 생겼다. 이전엔 '어려워보이네,, 어떡하지' 였다면 이제는 머릿속으로 대충 구상을 해본 후 '해보면되지~'가 되어버렸다. 이후 정리하고 축하하고, 축하받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뻗었다,,,,,,,
여하튼,, 이러나저러나 온스 3관왕 축하해 내시키들 ㅠㅠㅠㅠㅠ
그리고 상은 내가 받았는데 나보고 고생많았다며 울어버린 내 팀원들 사랑해욥 >___<
2020.07.19~
앱잼 그 이후의 나,
이번에 협업을 하면서 내가 백엔드로 회사 생활을 할 때, 3주간 협업하면서도 나랑 맞지 않던 사람과 나를 도와준 사람을 보면서 당시엔 불만과 감사함이 많았다. 하지만 앱잼이 끝나고 엄마와 통화하면서 인생을 좀 더 관대하게 살라고,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너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 될 수 도 있다고, 이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3주를 너무 바쁘게 달려왔던 탓인지 여유로운 일요일이 이상했다.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 자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평소에 8~10시간씩 자던 내가 앱잼때는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4~5시간자고 눈이 떠졌다. 집에 와서는 긴장이 풀려 푹 잤다. 너무 자서 어지러울 정도였다..ㅎ..
원래라면 앱잼 후 방학 동안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다. 그냥 푹 쉬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그렇지 않았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고, 부스트코스의 백엔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이전에 학교에서 JSP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SPRING은 처음 접해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ㅎㅎ..
앱잼이 많은 것을 바꿔놓은 것 같다.
먼저 진로를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개발자의 꿈을 확신시켜 준 것이다. (엄마가 유치원 선생님이고 나도 애기들을 좋아해서 유치원 선생님을 꿈꿨었던 시절,,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 많았던 과거,,,ㅎ,,)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헤쳐나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줬을 때, 그 도움으로 해결되었을 때 너무너무 뿌듯했다. 깃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번 앱잼을 통해 깃과 슬랙, 노션 등 협업 툴을 여러 개 사용하면서 친밀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시작할 때 부족한 것이 많았던 것 만큼 성장한 것 같다.
정말 앱잼을 하면서, 끝난 후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고 고민이 더 많아졌으며 확신도 생겼다.
꾸준히 개발자로 살아 갈 거야.
무럭무럭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는 나를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앱잼을 하면서 더 성장한 내가 되었길 바란다.
앱잼 이후 다시 디벨롭해서 앱스토어에 올리는 그날까지 모두 화이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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